내 성격은 왜 이런걸까? 성격을 분석해보자.

 

특질이론

  A와 B라는 두 학생이 있다. 두 학생 모두 과제를 해 오지 않아 선생님께 야단 맞았다. 그런데 A는 아무 말 없이 선생님의 이야기만을 듣고 있었고, B는 계속해서 자신이 과제를 해 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청소 시간에도 자신의 청소 구역을 제대로 청소하지 못한 두 사람은 담임교사에게 혼이 났고, 이때도 선생님께 보인 두 사람의 반응이 앞의 경우와 똑같았다. 유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행동은 분명히 차이를 보인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어 나타날 때 친구들이나 선생님은 A를 소극적이고 조용하다고, 그리고 B를 적극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일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의 차이는 곧 그 사람의 특질(trait)을 의미한다. 특질 이론에서는 성격이 비교적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인차를 보이는 이유를 특질에서 찾고, 사람들이 행동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가능한 수많은 방식을 몇 갖 핵심적인 성격 요인으로 압축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성격을 핵심 특질로 분류하여 이해하고자 했던 연구자들은 성격 특질을 측정하는 여러 종류의 검사를 실시하고, 요인 분석 방법에 의해 성격 구조를 분석하여 성격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올포트

올포트는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이 실제로 보여 주는 규칙적인 성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규칙적인 성향을 특질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규칙적이라는 말은 빈도, 강도, 상황 등 세 가지 속성을 모두 포함한다.

특질은 다양한 자극을 동일한 것으로 지각하고 다양한 상황에서도 많은 개인적인 행동을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여러 유사한 상황에 걸쳐서 공격적인 행동을 강하고 흔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올포트는 개인이 가진 특질을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특징과 비교할 수 없는 특징으로 나누어 보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특징을 공동 특성(commom trait)이라 하였다. 반대로, 비교할 수 없는 개인만의 독특한 특성을 개인적 성향(personal disposition)이라 하였다.

이러한 개인적 성향 중에서도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에 따라 기본 특성과 중심 특성, 그리고 이차 특성으로 구분하였다. 기본 특성은 개인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특징지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다. 그러나 이 기본 특성은 행동을 통해 명백히 드러날 만큼 분명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관찰된다. 세계 정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나폴레옹이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버렸던 유관순이나 잔다르크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 특성은 기본 특성에 비해 덜 광범위하지만 사고와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특징이다. ‘성실한’‘활발한’‘외향적인’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특성으로 개인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어서 주위 사람들이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가 주위의 가까운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떻다고 이야기할 때는 바로 그 사람의 중심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차 성향은 개인의 행동과 사고의 제한된 부분에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특정한 대상이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것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차 성향은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올포트의 이론에서는 특질은 여러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반드시 어떤 특질과 행동이 1:1의 함수관계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만큼 한 개인의 성격 특성은 매우 다양하고 사람마다 독특하므로 쉽게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텔과 아이젱크

카텔(Raymond B. Cattell, 1905~1998)은 실생활에서의 관찰, 질문지, 심리검사 등의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성격 특성에 대해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한 사람이다. 그 역시 올포트와 마찬가지로 특질을 모든 사람이 가지는 공통된 특질과 개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질로 나누고, 이는 유전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특질을 성격의 구조가 아닌 성격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보았고, 그 요인을 분석하여 특질을 표면 특질과 근원 특질로 나누었다.

표면 특질은 말 그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함께 나타난다. 예를 들면, 상냥한 성격은 목소리가 부드럽고 미소를 잘 지으며 상대에게 말을 잘 건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런 표면적 특징을 통해 상대를 사교적인 성격이라고 이야기 한다. 표면 특질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관찰되는 대신 환경의 영향을 받아 쉽게 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근원 특질은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에 영향을 주며 성격의 핵심을 이루는 특질로 표면 특질에 비해 일관적이고 안정적이다. 단,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카텔은 앞에서 말한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16개의 주요한 근원 특질을 추출하고, 이를 수줍음-대담함, 신뢰함-의심이 많음 등과 같이 상대적 의미를 가진 기술적 용어로 명명하였다.

아이젱크는 카텔의 16개 성격 요인이 너무 복잡하다고 보고 이를 아주 단순화시켜서 단지 2개의 주요 특성(후에는 3개로 확장함)만을 갖는 성격이론을 만들었다. 아이젱크의 2요인 이론의 한 가지 차원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으로의 구분이고, 두 번째 차원은 신경증적 또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성향과 정서적으로 보다 안정된 성향으로의 구분이다. 후에 확장된 세 번째 차원은 충동적이거나 적대적인 정도를 나타내는 정신증이다. 그는 맣은 행동 경향성이 이 핵심 특성과의 연계성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성격 5요인 모델

성격 5요인(Big five) 모델은 성격을 가장 잘 대표하는 다섯 가지 요인을 사용하여 성격의 특질을 설명하는 이론이다(John & Srivasava, 1999; McCrae & Costa, 1999). 성격5요인 모델은 현대의 요인 분석 기법으로 다섯 가지 요인들이 서로 중복이 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성격 특성들을 포함하고 있어 여러 문화와 언어권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도출됨이 확인되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이론이다.

5요인은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으로 구성된다. 개방성은 새로운 지적 경험과 아이디어를 즐기는 경향성이며, 성실성은 자기 절제와 본분을 지키는 태도를 보이고, 성취와 능숙함을 향해 노력하는 겅향성이다. 외향성은 자극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경향성으로 반대는 내향성이다. 우호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온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성이다. 신경증은 불쾌한 감정을 빈번하게 경험하는 경향성으로 반대는 정서적 안정성이다.

이러한 성격 특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의문은 개인의 성격 특질이 얼마나 변화하지 않고 안정적인가, 유전적인가, 문화적인 차아에 영향을 받는가, 5대 특질로 다른 성격적인 특질도 예언할 수 있는가 등이다. 그러한 물음에 대해서 최근의 연구 결과는 성격 특질이 일생에 걸쳐 상당히 안정적이고, 유전이 성격 특질의 개인차를 50% 이상 설명해주며, 다양한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격 특질은 모든 문화에서 보편적이며, 다른 성격 특질까지도 예언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성격 5요인 모델은 성격의 특질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나 성격의 모든 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서 성격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특질 이론가들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성격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뇌의 기제와 과정의 결과로 본다. 예를 들어, 대뇌피질의 각성 수준의 차이에 따라 내향성과 외향성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외향성자는 뇌의 망상계가 쉽게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강한 자극을 추구하고, 내향성자는 그들의 대뇌피질이 매우 쉽게 적정 수준 이상의 수준으로 자극되기 때문에 독서나 조용한 활동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격 핵심의 특성이 각각의 특성과 관련된 뇌 부위의 크기 차이에 기인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특질 이론에서는 성격의 개인차를 각 개인이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뇌 체계의 활동 과정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