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이론
개인의 성격을 구분하고 범주화하여 사람들의 성격 차이를 밝히고 사람들이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을 예언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히포크라테스는 체액의 유형에 따라 혈액(온화한), 흑담즙(우울형), 담즙(충동적), 점액(냉정한)이 있다는 것을 제안하여 성격을 구분하였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크레츠머는 신체 유형에 따른 관찰을 바탕으로 비만형(사교적), 근육형(활동적), 세장형(꼼꼼함)으로 나누었고, 유사한 맥락에서 셀던은 신체 유형에 따른 체질론을 제안하였다. 비만 체형인 내배엽형(내장긴장형)은 사교적이며 온화하고 애정적이며 차분한 형이고, 근육 체형인 중배엽형(신체긴장형)은 힘이 넘치고 경쟁적이며 공격적이고 대범한 형이며, 쇠약 체형인 외배엽형(대뇌긴장형)은 억제적이고 지적이며 내향적이고 초조해하며 자의식적 기질형이다. 사상의학 창시자인 조선시대 이제마도 체질에 따라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구분하며 인간의 특성을 구분하여 이해하였다.
하지만 단일한 인간의 특성으로 성격에 대한 분류를 한다는 것은 성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특징이 무엇이며, 사람들이 왜 그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줄 수 없어 심리학적 측면에서의 성격 이해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좋은 성격 이론은 개인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런 성격이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단순히 성격을 유형에 따라 구분하기보다는 성격의 형성 과정을 중심으로 한 여러 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정신역동 이론
(1) 프로이트
프로이트(S.Freud)는 성격에 관한 정교한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오랜 치료 경험을 토대로 하여 인간의 정신 구조와 역동의 발달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그가 체계를 세운 정신분석학은 이후 심리학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은 정신 결정론과 무의식적 동기를 강조하고 있다. 정신 결정론은 인간의 모든 행동이나 느낌, 생각 중 우연인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고, 그것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의 어떤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생각하거나 말하는 모든 것은 의미와 목적이 있으며, 그것은 개인의 경험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적 동기란 마음을 빙산으로 비유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무의식, 전의식, 의식으로 구분하였다. 무의식이란 빙산의 수면에 잠겨 있는 부분과 같으며, 욕구나 충동이 들어 있는 크고 깊은 곳으로 본다. 사람은 자신의 욕구나 충동을 모두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내면 중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이 무의식 속에 끊임없이 밖으로 표출되고 충족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이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과 생각, 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전의식은 수면의 바로 밑에 위한 부분으로, 주의를 기울여 자각하려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억과 재료가 있는 곳이다. 의식은 개인의 의식할 수 있는 부분으로 수면 위에 존재한다. 이 부분에는 인간의 감각, 지각, 경험, 기억, 감정 등이 존재한다.
또 프로이트는 인간이 본능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보았다. 이 본능은 긴장의 감소를 목표로 하고 이를 통해 쾌락을 경험한다. 삶의 본능에는 성적 본능, 배고픔 등 신체적 욕구와 미술, 음악, 사랑과 같은 창조적 구성 요소가 포함되며, 이러한 삶의 본능의 에너지를 리비도(libido, 성욕)이라고 불렀다.
성격의 구조
프로이트는 성격의 구조를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누었고, 인간의 행동을 이 세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으로 보았다. 그 개념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초아는 성격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존재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배고픔, 배설, 성적·공격적 욕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원초아의 쾌락 추구는 굉장히 즉각적이고 맹목적이어서 지금 형편이 어떤지,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상관없이 지금 당장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만약 욕구 충족이 되지 않을 경우 공상이나 상상을 통해 실제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대신한다. 이런 원초아의 기능 양식을 일차과정이라고 한다.
자아는 원초아의 쾌락 추구와는 달리 현실을 추구한다. 이는 원초아에 의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던 개인이 자신의 즉각적 욕구 충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점차 경험하면서 원초아와 분화시킨 부분이다. 출생 후 원초아의 욕구를 추구하던 아이는 점차 현실을 고려하여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현실원리라고 하며 주위의 환경이나 상황을 고려하고,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여 행동하게 된다. 자아는 원초아에서 파생된 부분이어서 원초아처럼 욕구 만족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참을 줄 알고 때로는 지연시킴으로써 안전하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 한다. 그리고 어떤 욕구를 어떤 방법으로 충족하고, 때로는 어떻게 억제하고 지연할 것인지에 있어서 자아는 이차과정을 사용한다.
초자아는 자아에서 분화되어 나온 것으로 인간의 마음에서 선악을 평가하는 재판관 같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즉,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이상이나 도덕적 측면, 관습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초아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부모나 주위의 어른에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벌을 받는지, 반대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나 상을 받는지 알게 된다. 그러한 과정 중에 도덕적 규범이나 가치가 내면화되어 이후에는 꾸중이나 벌을 받을 행동은 억제하고 상이나 칭찬받을 행동을 하게 된다. 초자아가 형성되면 주위에 상이나 벌을 줄 사람이 없더라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다. 만약 자신의 행동이 초자아의 요구에 부합하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만약 부합하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고 자책하여 불안니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근본적으로 불안이란 원초아의 욕구와 초자아에 의한 처벌의 위협 사이에서 생겨난 갈등에서 나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억압, 투사, 치환 등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일시적을 불안을 줄인다.
성격의 발달과 특징
프로이트는 생후 5~6년 동안의 경험이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성격 발달 단계를 살펴보고 이야기하도록 하자.
먼저, 생후 1년 가량은 구강기로 입술이나 구강에 자극이 주어지면 쾌락을 느끼는 시기다, 구강기의 만족은 수유, 손가락 빨기 등의 행동을 통해 얻게 된다. 만일 구강기에 지나친 좌절이나 충족을 경험하면 구강기적 성격을 형성하여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람이 될 경우가 많다. 또한 구강기적 성격은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하여 재산이나 지식을 소유하는데 집착하기도 하며, 타인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많이 느낀다. 또 남을 비꼬거나 논쟁하기를 좋아하는 특징을 가진다.
다음 단계인 항문기는 1~3세에 해당되는데, 변을 참거나 배출하는 배변을 통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만족을 얻는다. 만일 항문기에 지나친 욕구 좌절을 경험하면, 지나치게 무질서하거나 지저분하고 파괴적이며 잔인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친 욕구 충족을 경험하면 지나치게 깔끔한 결벽 증세나 질서 정연하고 인색한 성격을 소유하기 쉽다.
이후 3~5세에 해당되는 남근기는 긴장을 느끼고 쾌감을 얻는 리비도가 성기에 집중된다. 이 시기에는 주로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성적 공상을 하는데 만족을 느낀다. 남근기의 지나친 좌절 또는 만족의 경험은 여러 종류의 신경증 형성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자신과 유사한 사람의 특성, 보통 자신과 성별이 같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동일시가 나타난다. 남자아이의 경우 어머니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이로 인해 아버지를 두렵고 경계해야 할 경쟁 상대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기를 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거세불안을 느끼는데, 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이어진다.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자신을 아버지와 동일시 하고 어머니를 애정 대상으로 유지함으로써 해결된다. 여자아이의 경우 이 시기에 자신에게 성기가 없음을 알게 되고 원래 애정의 대상인 어머니를 비난한다. 이때 남근 질투가 발달하여 남자아이와 반대로 아버지를 애정 대상으로 여기고, 아버지에 의해 아기를 가짐으로써 잃어버린 성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여자아이는 어머니와 동일시함으로써 아버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갈등을 해소한다.
심리적 발달 단계에서 갈등이 너무 클 경우 성적 충동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는 고착이 발생한다. 남근기의 고착이 유발하는 성격으로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비범함에 도취되어 남들로부터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기애적 성격이 있다.
남근기 이후 12세 정도까지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관심이나 성적 충동에 대한 리비도가 완화되는 잠복기간/잠복기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내부보다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데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어서 사춘기에 들어서면 급속한 신체적 발달과 함께 성기기에 해당되는데, 이 시기에는 남근기처럼 성기에 리비도가 집중되지만 성적 공상보다 성행위를 통하여 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남근기와 차이가 있다.
성격 발달과 관련하여 원초아, 자아, 초자아가 서로 독립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갈등과 마찰이 발생하고, 이것은 심리적 불안을 야기시킨다. 정신분석에서는 불안에 그 원인에 따라 현실적 불안,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으로 분리한다. 그중 신경증적 불안과 도덕적 불안은 자아가 원초아와 초자아를 통제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며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불안에 정도에 따라 심각한 성격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자아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불안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보호기제를사용하는데, 이를 자아방어기제라고 한다. 자아방어기제는 불안을 덜 느끼거나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므로 유용한 측면도 있으나, 충동적이고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성격 형성에 대한 이론의 기초가 되었으나 성격 형성 기간을 6세 이전으로 극히 제한하였으며, 모든 설명이 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아동기의 경험으로 인해 생긴 무의식적인 성적 경험이 성장하여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갈등과 성격장애를 유발한다고 본 그의 이론은,이후 융과 아들어에 의해 비판을 받아 새로운 정신분석 이론으로 수정되는데, 이를 신정신분석학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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