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정의
많은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성격에 대해 연구해 왔다. 최초의 성격심리학 교재를 쓴 올포트는 성격을 “환경에 대한 개인의 독특한 적응을 결정하는 개인 내의 정신적·신체적 체계의 역동적 조직”이라고 정의 하였다. 또한 마디는 성격에 대해 “사람의 심리적 행동에 있어서 공통성과 차이를 결정하는 일련의 안정된 경향성과 특성이다.
이러한 심리적 행동은 시간에 따른 연속성을 가지며, 어떤 순간의 사회적·생물학적 압력의 결과로서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성격의 정의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성격이 개인의 독특하고 일관된 행동 양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성격은 “한 개인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독특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인지적이고 정동적인(emotional) 안정된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정동은 감정의 신체적·동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성격에 대한 논의에서는 성격의 독특성과 일관성, 행동 양식 모두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독특성만 강조된다면 어떤 성격이 건강하고 어떤 성격이 부적응적인지를 구분하여 규정하는데 어렴움이 많이 따를 것이다.
그리고 일관성만을 강조한다면 성격에 대한 발달적 관점을 놓치고 성격의 발달과 변화를 차단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성격이 부적응적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할 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성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성격에서 행동 양식만을 강조한다면 그 사람 내면의 사고 과정이나 감정에 대해 간과할 수 있다.
성격은 그것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이 함께 모여 형성되지만, 그 부분 요소들로는 환원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총체적인 한 개인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개인의 성격은 개인이 지닌 부분들의 합 이상이다. 그리고 개인이 지니고 있는 요소들이 서로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요소들이 조합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으므로, 성격심리학에 대한 연구 분야가 복잡해지고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격의 결정요인
사람들은 어떻게 저마다 독특한 성격을 갖게 되었을까? 성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성격의 정의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인적인 특성과 환경이다. 개인적인 특성에서는 타고난 체형이나 유전적 영향 등 생물학적 요인이 중요하게 고려되며, 환경적 측면에서는 개인이 속한 가정과 사회, 성별 등에 따른 경험과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환경에 대한 반응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뇌의 특성과 기질 같은 선천적인 요인과 경험이나 관계와 같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것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지는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므로 여기서는 이 모두를 살펴보기로 하자.
1) 생물학적 요인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표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 경우의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출생 시부터 아이의 요구나 행동에 차이가 나다는 것은 성격이 뇌의 작용으로 인한 선천적인 기질과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포트와 아이젱크는 성격의 개인차를 뇌의 작용과 관련하여 연구하였다. 올포트는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에 뇌가 영향을 준다고 보았고, 아이젱크도 그가 제인한 성격 특성과 뇌의 작용에서 나타나는 개인차를 연관시켜 연구하였다. 일상적인 장면에서 약물 치료로 우울 증세를 완화한다든지, 알츠하이머 병, 뇌졸중, 뇌종양 등 뇌의 손상이 성격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볼 때 성격과 뇌의 연관을 알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이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가장 잘 증명할 수 있는 연구는 쌍둥이 연구다. 24,000쌍 이상의 쌍둥이 연구에서 이란성 쌍둥이 보다 일란성 쌍둥이가 정서적 반응이나 활동량, 적응성, 사회성 등에서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의 경우,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예측해 볼 수 있으므로 연구자들은 환경적인 요인을 배제한 유전적 영향력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서로 떨어져서 성장한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같이 자란 쌍둥이와 마찬가지로 서로 유사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환경적인 영향과 관계없이 같은 유전인자를 더 많이 가질수록 성격이 유사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보여준다. 성격 특성이 유전적 요인으로 얼마나 결정되는가에 대해 연구자들은 개방성, 외향성과 같은 성격 특성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은 대략 50%라고 본다. 그러나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성격 특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많은 유전자가 각각 미세한 방식으로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 성격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생물학적인 요인의 하나인 체격에 근거해서 성격을 분류한 적이 있었다. 우리도 “마른 사람은 예민하다.”“키가 크면 싱겁다.”“통통한 사람은 낙천적이다.”처럼 흔히 체격과 성격을 연결시켜 이야기하기도 한다. 초창기 심리학자 셀던은 체격과 성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체형이 비만인 사람은 사교적이고 안정적이며, 사람이나 음식에 대한 욕구가 크고 대체로 반응이 일정하다고 한다.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은 민감하고 내성적이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며 지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골격이 크고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은 활동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공격적인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체격과 성격 간의 상관 연구는 이후 다른 연구 결과에서 서로 상관이 낮다고 밝혀졌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체격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나 반응이 다를 수 있으며, 알맞은 활동이나 활동의 종류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체격이 유난히 크거나 작은 사람은 대인관계나 여러 가지 활동에서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태도나 반응을 경험할 수 있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2) 환경적 요인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가 필수적이라서 나온 말일 것이다. 성격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기초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경험이나 자극에 의해 수정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처음 이 세상에 모습을 보인 신생아도 태어나자마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부모나 가족은 신생아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개인의 성격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제도, 문화, 관습 등에도 영향을 받으며, 동일한 제도나 문화권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의 개인의 경험은 각각 다를 수 있다. 동양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들은 성장하는 동안 장난감에서부터 입는 옷의 색깔, 그리고 말투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울음에까지 많은 제약과 간섭을 받는다. 이는 남자답고 강하게 성장하기를 원하는 문화적 요구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예측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사람들의 성격에 차이가 있을까에 대해서 행동 관찰을 통해 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연구 결과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스위스 사람은 매우 능률적이고 성실하다 등이다.
또 다른 연구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아동의 불안을 측정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 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미국 대학생들의 경우는 자기애, 자기중심성이 점점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를 통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 상황 또한 성격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학습과 연결하여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배고픔을 느낀 신생아가 자신의 욕구를 계속해서 외면당했다면 이후 그 신생아는 자신의 욕구에 대한 좌절을 경험하며 점차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데 소극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의 반복이 성격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이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학습 이론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3)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쌍둥이도 성장하면서 서로 성격이 다를 수 있고, 태어나서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형제도 성격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은 성격이 생물학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 어느 하나에만 절대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증거다.
성격의 생물학적 중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쌍둥이 연구를 살펴보자,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나 다른 형제에 비해 성격적 특징이 더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유전적 요인 때문이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일란성 쌍둥이는 체격이나 외모뿐만 아니라 부모나 주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사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더 비슷한 성격을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전이 성격을 결정할 가능성을 50% 정도라고 봤을 때 나머지 50%는 환경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즉, 개인의 성격은 타고나 유전적 조건과 성장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환경적 조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서로의 존재도 몰랐던 어린 나이에 각자 다른 나라로 입양되어 자란 쌍둥이 자매가 성인이 되어 페이스 북을 통해 만난 실화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그린 시스터즈(Twinsisters)>(2014)를 통해서도 성격 형성에 유전과 환경이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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