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오스트리아의 아들러는 비엔나 정신분석학회의 회원이었으나 프로이트를 떠나 자신의 성격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중심 에너지가 성욕이 아니라 ‘우월을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아동기에는 성인에 비해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자신을 무기력한 존재로 보지만, 이런 열등감과 무력감을 극복하고 힘과 권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향상하는 동안 자기만의 독특한 생활 양식을 만든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양식이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허약한 아이가 좀 더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해 먹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열심히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시켜 건강한 성인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생활 양식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생활 양식이 그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열등감이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결함이나 보호자의 잘못된 양육 태도로 인해 스스로의 노력이나 힘으로 열등감을 극복할 수 없는 경우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이 역시 그 사람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들러 역시 프로이트처럼 아동의 행동 양식이 6세 이전에 형성된다고 보았고, 열등감뿐만 아니라 형제 관계나 출생 순위도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가령 첫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나 주위 사람에게서 사랑과 관심을 받다가 동생의 출생으로 자신의 사랑을 빼앗기는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맏이는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미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기 쉬운 반면, 규칙을 중요시하거나 타인에 대한 배려, 책임감 등 긍정적 요소도 가지게 된다. 둘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던 형제와 모든 것을 나누고 생활해야 하므로 적응력, 승부욕 및 소유욕이 강하다. 때로는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제2인자보다는 제1인자가 되고자 하는 욕구를 나타낸다.
융
스위스의 융(Carl Jung, 1875~1961) 역시 프로이트의 중요한 동료이자 후계자였으나 아들러와 함께 프로이트가 성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반대하여 그를 떠나 분석심리학파를 만들었다. 그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개념을 수용하였는데,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하나의 차원으로 본 것에 비하여 융은 무의식을 개인 무의식고 집단 무의식으로 구분하였다.
개인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설명한 개념과 동일하다. 자아에서 억압되거나 잊은 채로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한 때에 전의식에서 끌어올려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융이 프로이트와 구분되는 부분은 바로 집단 무의식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고, 느끼는 감정, 욕구가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과거 조상 때부터 저장되고 축적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전된 것이 바로 집단 무의식이다. 이런 집단 무의식은 모든 인종에게 있으며, 신화나 전설, 민담 같은 문화나 관습의 형내로 전승되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우리 민족의 경우 단군신화를 통해 하늘을 숭배하고 민족의 우월성을 가진다. 또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어둠을 물리치는 평화의 수호자, 정의 등을 상징하여 신성하게 여기기도 한다. 융은 이렇게 조상에게서 유전되어 내려오는 상징을 원형(archetype)이라 지칭하였고, 이는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문화의 학습과 관습에 의해서 습득된 것이라고 보았다.
프로이트가 성의 본능을 강조하며 아동기의 경험을 통해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에 비해 융은 이성적·정신적 특성을 강조하여 중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생애를 통해 성격 형성이 이루어지며, 그러한 성격의 근원이 개인적 경험보다 과거로부터 연속된 전체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쪽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융은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하고, 주관적 세계와 외부 세계를 지각하고 이해하는 정신적 기능을 사고, 감정, 감각, 직관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심리적 유형에 대한 개념은 후에 성격 유형 분류검사에 기초가 되게 된다.
에릭슨
에릭슨(Erik Erikson, 1902~1994)의 성격 이론은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학을 연구하던 중 토대를 잡았다. 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의하지만 성의 발달에 의한 인간의 발달은 생애 전체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보았으며, 성격의 발달은 생애 중 한 부분이 아닌 전 생애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또 무의식보다는 자아를 강조하고 개인의 욕구 충족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개인의 심리 사회적 발달 단계의 성숙에 따라 개인에게 요구되는 과업이 따르게 되고, 이 요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전 생애를 여덟 개의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마땅히 이루어야 할 발달 과업을 제시했다.
첫째, 신뢰감 대 불신감(0~1세)으로, 출생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발달 과업이다. 유아가 출생 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부모다. 부모가 유아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친밀한 양육 태도로 지속적이고 일관된 행동을 보여 주었느냐에 따라 아이는 첫 번째 사회적 관계를 가지는 부모에게서 신뢰감을 형성하고 이를 일반화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외부 세계를 두려워하는 불안정한 성격을 갖게 된다.
둘째, 자율감 대 수치심(1~3세)으로, 이 시기가 되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다.k 스스로 걷고 물건을 잡는 것 등의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성취하는 동안 자신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이때 스스로 했던 행동이 반복적으로 실패하거나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을 좌절당하면 아동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에 대해 자부심보다는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셋째, 진취성 대 죄책감(3~5세)으로, 이 시기에는 그 전에 형성된 자립심과 자율성을 기초로 스스로 어떤 행동을 준비하고 계획하여 실천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욕구의 만족을 통해 아이는 진취성과 자발성을 획득하게 된다. 만일 아동이 진취성을 획득하는데 실패하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수치심과 함께 무가치감과 강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넷째, 근면성 대 열등감(5,6세에서 사춘기 이전)으로, 학교생활을 통해 아동은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간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초적인 읽기, 쓰기, 말하기, 셈하기와 신체적 능력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을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과제를 잘 습득한 아동은 자신감과 함께 근면성을 갖게 되고, 반대의 경우의 아이들은 좌절감과 함께 열등감을 경험하게 된다.
다섯째, 정체감 형성 대 역할 혼미(청소년기)로,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 과정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통합하고 자아 개념을 정립해 나가는 시기다. 자신에 대한 정체감은 제대로 형성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자녀, 형제, 친구,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게 된다. 만약 정체감이 형성되지 못하면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진학이나 진로에 있어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자신에 대해 절망하기도 한다.
여섯째, 친밀감 대 고립감(성인기 초반)으로,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접어들면 취업과 결혼 등 중요하게 해결해야 되는 과제들이 많다. 이런 과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료나 이성과의 관계가 친숙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또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통해 사랑, 신뢰, 존경, 책임의 태도가 함께 나타난다. 친밀감의 실패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초래한다.
일곱째, 생산성 대 침체성(성인기 중반)으로, 진로와 결혼 문제를 해결하고 중년기에 접어들면 자녀 양육과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하여 사회 발전과 인류 복지를 위해 창조적으로 노력하는 시기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통하여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사회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단조롭고 무의미하게 여기며 침체된 느낌에 빠지게 된다.
여덟째, 통합성 대 절망감(노년기)으로, 인생의 마지막 노년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만족감을 느끼게 되며 자아 통합감을 느끼게 된다. 즉, 자신의 결혼, 자녀, 직장 생활 등을 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을 수용하고 만족스럽게 여기면 자신감과 함께 인생의 성공에 대한 기쁨을 느끼게 되며,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도 좀 더 담담하게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인생에 대한 허무함과 노년에 대한 고독감, 죽음에 대한 공포 등으로 절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에릭슨은 성격 발달에서 개인과 사회의 역할 및 상호 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일생의 주요 시기에 주어지는 발달 과업에 따라 성격의 점진적인 발달을 설명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정신역동 이론은 개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발달과 변화에 주목하여 행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성격은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초기 아동기의 경험과 무의식의 힘이 개인의 성격과 행동에 주는 영향을 강조하고 의식의 본질, 이상 성격, 치료에 의한 성격의 발달 등을 설명함으로써 성격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공헌하였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은 아들러나 융의 이론을 통하여 살펴본 바와 같이 과학적 검증이 어려운 여러 개념과 지나치게 성에 치우친 설명, 성 편경으로 나타나는 남성 중심적 관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햇다. 그러한 비판 위에서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역동 이론에서는 성격의 통제자로서 자아의 기능을 강조하고 성격 형성에서 문화, 가족, 동료 등 사회적 변인의 역할에도 주목한다. 또한 성적 욕구의 중요성은 덜 강조하고 성격 발달이 생애 전반에 걸쳐 발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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