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론
정신역동 이론에서는 무의식적 욕구나 갈등이, 특질 이론에서는 각각의 특성이 다양한 주위 환경에 대해 일관성 있게 반응한다고 보았다. 결국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환경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이와 반대로 학습이론은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내부가 아닌 외부의 환경에 있다고 본다. 개인은 외부 자극인 경험을 통해 학습한 방식대로 자극에 반응(행동)하며, 이러한 반응의 차이가 개인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행동주의 학습 이론에서는 내부의 관찰할 수 없는 원초아나 자아, 무의식이 아닌 관찰 가능한 행동을 통해 성격을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고전적 조건화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고전적 조건형성)는 파블로프가 개의 소화 과정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이론이다.
이를 성격 형성에 적용한 사람이 바로 왓슨이다. 그는 파블로프가 개를 통하여 증명해 보인 것을 아동에게 적용하여 실험하였다. 그는 아동에게 흰쥐를 보여 주면서 쇠막대 두드리는 소리를 내었다. 처음에는 흰쥐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던 아이가 이러한 반응이 계속되자 이후에는 흰쥐만 보아도 회피하면서 공포 반응을 보였다. 왓슨을 비롯한 고전적 학습 이론가들은 인간의 복잡한 행동이나 불안이 바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고 발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조작적 조건화
고전적 조건화가 선행 자극에 대해서 나타나는 반응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면,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조작적 조건형성)는 행동의 결과 뒤에 오는 반응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시험을 잘 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하는 것처럼, 어떤 행동에 대해 오는 반응이 개인의 이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반응을 강화(reinforcement)라고 하는데, 강화는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와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로 나누어 설명된다. 정적 강화는 대상이 좋아하는 긍정적 자극을 더해 주는 것이고, 부적 강화는 대상이 싫어하는 부정적 자극을 없애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강화는 처음에는 사탕, 용돈과 같은 1차 강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하면서 사회성이 형성되면 돈이나 사탕보다는 인정이나 칭찬과 같은 2차 강화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과제를 하거나 제방을 청소하는 등의 간단한 행동이 아닌 복잡한 행동도 강화를 통해서 형성할 수 있을까? 조작적 조건화 이론에서는 점진적 접근법(계기적 근사법)을 통해 그러한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점전적 접근법이란 처음에는 매우 간단하고 쉬운 행동을 강화하여 반복하다가 조금씩 복잡하고 어려운 행동으로 강화를 해 줌으로써 복잡하고 어려운 행동도 형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영을 배울 때 처음부터 물에 뜨는 것부터 배우지 않고, 다리 동작, 팔 동작, 호흡법 등을 배우고 물에 뜰 수 있을 때 각각의 동작을 함께하는 것을 배우도록 하는 것과 같다.
조작적 조건화에서는 성격도 이와 같이 형성된다고 본다. 만약에 어떤 아이가 실수로 꽃병을 깨뜨렸다고 하자. 이 아이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어머니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귀여운 애교로 어머니의 화를 풀었다. 이후 이 아이는 자신이 잘못을 하여 어머니가 화가 날 때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애교로 어머니의 화가 난 마음을 달래려고 할 것이다. 어머니의 화가 풀리는 것, 아이를 보면서 짓는 어머니의 미소가 이 아이에게는 강화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아이로 성장하기 보다는 자신의 실수를 재치로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아이는 바로 어머니의 미소와 용서가 강화로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습 이론에서는 행동의 강화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행동을 증가시키는 개념이 강화라면 반대의 개념으로 행동을 감소시키는 처벌을 들 수 있다. 어린 시절 수업 시간에 떠들면 밖에 나가 손을 들고 서 있거나 선생님께 혼이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주는 행동이 처벌이다. 처벌은 원하지 않는 자극을 주어서 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때때로 처벌과 부적 강화가 혼동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 모두 부정적 자극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은 부정적 자극을 주어서 원하지 않는 행동을 없애는 것이고, 부적 강화는 부정적 자극을 없애 주어서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하는 강화물이나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지고 있던 행동을 소거된다. 앞의 아이의 예를 다시 들어 보자, 자신의 실수를 애교나 투정으로 만회하려던 아이가 자라서 직장인이 되어 회사에서 실수를 한 후에도 자신의 상사에게 어머니에게 했던 동일한 방법이 통할 수 있을까? 당연히 성인이 된 이후의 문제 해결에는 적합하지 않은 그 방법이 직장에서 통할 리가 없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반응과 다른 반응을 경험한 그는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다음부터는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저절로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소거이다.
결론적으로, 조작적 조건화에서 성격의 형성은 강화와 처벌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환경 내에 있는 강화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성격에서 개인차 보다는 강화물에 반응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원리를 찾는데 관심을 가졌다.
사회 학습 이론
밴듀라는 인간의 행동이 단순한 자극과 반응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기계적인 관계가 아니며, 고전적 조건화나 조작적 조건화에서는 인간의 독특한 특성인 인지 과정이 간과되었다고 보았다.
밴듀라는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을 직접 경험하거나 강화를 받아서 하기에는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고 보고, 개인이 직접 경험하고 강화를 받은 행동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통해서도 행동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렇게 타인의 행동을 통하여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거나 강화를 받는 것을 관찰 학습 또는 모델링이라고 한다. 외국 여행객들이 우리나라에 관광을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흥정이라고 한다. 재래시장을 다니며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가지는 가격 흥정이나 덤의 문화를 배우고, 그들 역시 물건을 구입할 때 흥정을 하거나 덤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델링은 직접 관찰한 것이 아니더라도 TV나 책,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어떤 행동을 학습하기 위해서 반드시 연습이나 강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면 강화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데, 이러한 기대감이 새로운 행동학습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에는 그러지 않던 아이가 마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 주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아예 땅바닥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행동이므로 가족은 당황하였다. 이 아이는 마트에서 자기 또래의 다른 아이가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었고, 그것을 모델링으로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적용한 것이었다.
밴듀라는 과제를 완수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개인의 신념을 자기 효능감이라 하고, 이것은 그 정도에 있어서 개인차가 있다고 보았다. 즉, 자기 효능감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서 스스로 그러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어떤 행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일에 영향을 준다.
밴듀라를 비롯한 사회 학습 이론가들은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모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성격 이론의 측면에서 사회 학습 이론은 상황이나 환경이 개인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한편, 지나치게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서 개인의 내적 특질을 배제하고 성격을 설명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즉, 비판자들은 같은 상황이라고 개인의 무의식적 동기나 정서, 특질 등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사회 학습 이론이 놓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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