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불안장애는 불안과 공포를 주된 증상으로 나타내는 장애로 병적인 불안이 나타나는 양상이나 불안을 느끼는 대상 및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하위 유형으로 구분된다. DSM-5에서는 불안장애를 범불안장애, 특정 공포증, 광장 공포증, 사회 공포증, 공황장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범불안장애
(사례) 30대 주부 A씨는 왠지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막연한 불안을 자주 느끼며 여러 가지 일로 걱정이 많다. 예를 들면, 남편이 직장에서 실직하지 않을까. 자녀가 학교에서 싸우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가족이 병들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시집 식구나 주변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을까, 도둑이나 강도가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비록하여 사소하게는 자신이 만든 음식이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어떡한, 물건을 비싸게 사면 어떡하나 등등 일상생활 전반에 대해서 크고 작은 걱정이 많다. A씨는 이러한 걱정이 때로는 불필요하고 과도하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걱정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하며 긴장상태에 있게 되어, 특별히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저녁 시간이 되면 몹시 피곤하다. 이러한 불안감 때문에 하루하루 생활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범불안장애는 A씨의 경우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만성적 불안과 과도한 걱정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활동에 대해서 지나친 걱정을 함으로써 지속적인 불안과 긴장을 경험한다.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개인은 몹시 고통스러우며 현실적인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범불안장애라고 하며, “일반화된 불안장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DSM-5에 제시되어 있는 범불안장애의 진단 기준을 소개하면 다음 표와 같다.
범불안장애의 진단 기준
A. 다양한 사건이나 활동(예: 직업이나 학업 수행)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나타난다. 이러한 불안과 걱정은 적어도 6개월 동안 50% 이상의 날에 나타나야 한다.
B. 개인은 이러한 걱정을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C. 불안과 걱정은 다음의 6개 증상 중 3개 이상과 관련된다. (아동의 경우는 1개 이상).
① 안절부절 못함 또는 가장자리에 선 듯한 아슬아슬한 느낌
② 쉽게 피로해짐
③ 주의 집중의 곤란이나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
④ 화를 잘냄
⑤ 근육의 긴장
⑥ 수면장애(잠에 들거나 지속의 곤란 또는 초조하거나 불만족스러운 수면)
D. 불안, 걱정 또는 신체적 증상이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 사회적·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영역의 활동에 현저한 손상을 초래한다.
E. 이러한 장해는 물질(예: 남용하는 약물, 치료약물)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예: 부신피질호르몬 과다증)의 생리적 효과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F. 이러한 장해는 다른 정신장애에 의해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에 대한 불안이 아니어야 한다. 공황장애에서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 사회불안장애에서 부정적 평가, 강박장애에서 오염 또는 다른 강박사고, 분리불안장애에서 애착 대상과의 이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외상 사건 촉발 자극, 신경성 식욕부진증에서 체중 증가, 신체증상장애에서 신체적 호소, 신체변형장애에서 지각된 외모 결함, 질병불안장애에서 시각한 질병, 또는 정신분열증이나 망상장애에서 망상적 신념의 내용).
범불안장애의 가장 핵심적 증상은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다. 걱정의 주된 주제는 가족, 직업적·학업적 무능, 재정 문제, 미래의 불확실성, 인간관계, 신체적 질병에 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신장애의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은 이론적 입장에 따라 그 초점이 달라질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네 가지 이론적 입장엣 범불안장애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범불안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흔히 “이유를 모르겠는데 왠지 늘 불안하고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라고 호소한다. 그 원인을 살펴보자. 우선, 불안의 원인이 무의식적 갈등에 있기 때문에 화자 자신은 불안의 이유를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신분석적 입장의 주장이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성격 구조 간의 역동적 불균형에 의해 경험되는 부동불안(free-floating anxiety)이 범불안장애의 핵심적 증상이라고 본다. 부동불안은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원초아의 충동이 강해져서 자아가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흔히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과거에 처벌받은 적이 있었던 충동들이 자아의 통제를 넘어 계속적으로 표출되고자 하기 때문에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행동주의 입장에서는 불안장애를 환경 자극에 대해서 조건형성된 학습의 결과로 본다. 불안장애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는 불안 반응을 유발하는 조건 자극의 종류나 범위가 다르고 불안 반응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공포증은 한두 가지 특수한 대상이나 상황에만 강한 공포 반응이 조건형성된 경우인 반면,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 경미한 불안 반응이 조건형성되었거나 다양한 자극으로 일반화됨으로써 여러 상황에서 만연된 불안 증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범불안장애는 다양한 자극 상황에서 공포 반응이 경미한 형태로 나타나는 일종의 다중 공포증인 것이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이 불안의 이유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불안 반응을 유발하는 조건 자극이 매우 사소하고 다양하여 불안 반응의 촉발 요인으로 잘 자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독특한 사고 경향을 나타내는데, 특히 위험과 위협에 관한 생각과 심상을 자주 보고한다. 인지적 입장에 따르면, 불안한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범불안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인지적 특성을 나타낸다.
첫째, 주변의 생활 환경 속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위험에 예민하다. 이들은 위험한 사고와 위협적인 사건에 관한 정보에 관심이 많으며, 일상적 생활 속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단서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불안한 사람들은 잠재적인 위험이 실제로 위험한 사건으로 발생할 확률을 과도하게 평가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나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 집에 화재가 날 확률, 질병에 걸릴 확률 등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게 평가한다.
셋째, 위험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지나치게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나 날 경우에는 경미한 접촉하고나 신체적 상해보다는 정면 충돌이나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위험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즉, 위험한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은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므로 미래의 위험에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불안한 사람이 이러한 인지적 특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위험에 관한 인지 도식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지 도식은 과거 경험의 축적에 의해서 형성된 기억 체계로서 특정한 환경적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할당하며 자극의 의미를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게 한다. 불안한 사람들은 위험과 위협에 관한 인지 도식이 남달리 발달되어 있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위험에 관한 자극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그 의미를 위협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생물의학적 입장에서는 불안의 뇌생리학적 기제를 밝히고자 한다.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이 불안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이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불안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노프에피네프린, 글루타메이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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